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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영화감독 "세상에서 가장 '잘 하는 일' 보다 가장 '즐길 수 있는 일' 을 한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05-19     조회 : 3,320  


 


류승완 감독은 특유의 액션과 사람들의 거친 삶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자기 스타일이 확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영화감독이다. 자기 스타일이 확실하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그런 게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만들려고 하는 새로운 영화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를 통해서 내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혹은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러나 매번 달라지겠죠. 사람이라는 게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관심사가 달라지고 변하니까요. ‘나는 이런 것을 추구한다’고 선언해버리면 그게 저를 가두는 감옥이 돼버리잖아요. 그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의 노선에 대한 선언과도 같은 말??일부러 피하고 있어요.”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란 매 영화마다 달라지고, 일련의 작업을 통해서 뭔가를 발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것이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매번 새로운 작업이고, 실제로 그가 만든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액션장면이 많다라는 특징을 제외하면 장르나 스토리는 모두 다르다.
류 감독은 자신을 수식하는 ‘스타일리쉬한 감각, 타고난 연출력을 가진 연출가’와 같은 말에도 썩 관대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평가는 영화가 완성됐을 때에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거다.
“‘난 스타일을 추구하는 감독이니까 이렇게 찍어야지’와 같은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지는 않아요. 영화라는 것이 특정한 제조과정을 갖고 있는 공산품이 아니니까요.”

라면과 스프, 영화와 영화감독
“어떡하면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좀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이는 류승완 감독뿐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고민거리일 것이다.
“영화라는 것이 일이면서도 취미거든요. 그러니까 대부분 영화쟁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것 외에 영화를 보는 거예요. 가장 흥분할 때는 좋은 영화를 만났을 때.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고의 폭이 영화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죠.”
관객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이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는 몇 만 번의 선택이 이어진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결국 무엇과 무엇 사이에서 어떤 기준점에 따라 하나를 버린다는 의미도 된다. 그 기준을 물어보자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는 수만 개의 기준이 존재한다는 당연한 답이 나왔다.
“선택의 기준은 다양해요. 근데 가장 중요한 원칙 하나를 굳이 이야기하자면, ‘이것이 과연 흥미로운가, 흥미롭지 않은가’예요. 그럼 그 재미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 없느냐’예요. 우리가 흔히 감동을 받는다고 하죠. 엄청난 감정의 무게가 아니더라도 피식 웃건, 배꼽을 잡고 쓰러질 때까지 웃건, 깜짝 놀라건, 펑펑 울건, 어떤 식으로든 영화를 통해 감정적인 화학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거예요. 그게 제 선택 기준입니다.”
영화에는 감독이 요구하는 부분이 있고, 영화가 요구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류 감독은 이를 라면과 초코칩 쿠키에 비유했다.


“이를테면 라면 한 봉지가 요구하는 스프의 양이 있고, 초코칩 쿠키 하나가 요구하는 초콜렛의 양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영화에서 그것을 계속 보려고 해요. 이 영화에 가장 좋은 선택은 뭐지? 라는 식으로요. 저는 예전에는 영화보다 제가 더 우위에 있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제가 만들고 있는 영화가 저보다 위에 있게 하려고 해요. 이 영화가 필요로 하는 뭔가를 내가 찾아줘야겠다, 충족시켜줘야겠다고요.”
영화가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충족시키기 위한 과정에는 어쩔 수 없이 스태프들간의 의견충돌이 생긴다. 영화에 대한 서로의 해석이 다르기에 현장의 총책임자인 감독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죠. 전 예전에는 제가 모든 것을 다 통제해서 가려고 했어요.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만들 때까지만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주먹이 운다>를 하면서 좀 바뀌기 시작했어요. 현장을 열어놓고, 내가 못 본 다른 것들을 보고 선택하려고 했어요. 특히 이번 <부당거래> 현장이 아마 저의 태도를 아주 많이 열어놨던 현장이었던 것 같아요. 전 의견 충돌이 있으면 그 스트레스를 잘 못 견디는 사람이라, 일단 해봐요.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땐 ‘자, 그럼 한번 해봅시다’ 해서 시도를 하는 거죠. 요즘은 현장에서 모니터링이 바로 가능하니까 서로 보고 더 나은 걸 선택하면 되는 거예요.”
결국 그들은 현장을 위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영화를 위해서 현장을 꾸려가는 사람들이다. 류 감독은 완성된 영화에서 가장 좋은 장면을 결정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늘 열린 태도를 취해야겠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 현장에서는 그랬지만, 다음 현장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죠. 다음 영화현장이 기술적인 숏(Shot)을 요구하거나 아주 치밀하게 계산된 동선을 요구하는 영화라면 마냥 열려있는 태도만을 갖고 갈 수는 없거든요. 현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해야 하죠.”
그가 말한 영화 <부당거래>는 인터뷰 당시, 바로 다음 날 시사회가 예정돼 있었다. 류승완 감독이 그 동안 만든 영화 중에서는 액션장면이 가장 적은 영화다.
“제가 지?艀?만들었던 영화 중 연기 보는 맛이 가장 좋은 영화일 것입니다. 연기파 배우 셋의 앙상블이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 내용 자체의 소재는 특수하지만, 조직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사회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상황을 영화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건 분명히 합리적이지 못한 일인데 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시작을 했던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보는 거죠. 그 결과가 자기한테 돌아올 수도 있고, 혹은 엉뚱한 사람한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그 얘기를 좀 해보고 싶었던 거죠.”
류 감독이 영화계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가 좋은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사고의 폭을 확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박찬욱 감독의 비평론 집이었다. 그는 박찬욱 감독을 직접 찾아가 조수시절을 보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죠. 지금까지도 영화에 있어서 스승님이세요. 영화에 대한 태도나 지식에 있어 새로운 것을 습득하려 하고, 영화나 책을 보고 토론하며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려고 하는 것들을 그 분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역사적으로 존경하는 사람은 없냐는 질문에 류승완 감독은 역사 속 인물들은 직접 경험한 분들이 아니라서 매력은 느끼지만, 직접적인 영향은 주위에서 받으려 한다고 했다. 여러 만남들을 통해 그에게 어떤 매력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매력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관찰하고 태도를 배우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잘 만든 영화’보다 ‘다른 영화’에 더 흥미
류승완 감독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물어보자 ‘가족’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1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가족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내 식구 챙기기에만 급급하면 또 다른 문제들이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생태학적 가족에서 출발해 점점 가족의 범위를 확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가족의 범위 확대란 결국, 타인을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좋은 일이라는 건 누구나 알지만 실천적으로 무언가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쉽지가 않죠. 그러나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끼치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 다른 사람을 잘되게 하진 못하더라도 상처는 주지 않으려는 노력. 염치를 가지고 사는 태도라고나 할까요. 그게 참 힘든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인 ‘사람’이 귀하다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 존재들을 존중하려고 하는 태도. 인터뷰 내내 느낀 것은 그가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존중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려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요즘 인터넷 악성 댓글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잖아요. 단순한 자기취향만 갖고 ‘배설’해 버리고 사라져버리는 거죠. 저는 그런 걸 보면 기분이 좀 나빠요.”
인터뷰 하는 순간순간, 준비해온 질문이 우문(愚問)은 아닌가 의심케 하는 류 감독의 대답들이 이어졌다. ‘영화 감독이 돼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를 묻자, “가장 큰 계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영화감독이 된 거죠”라는 그의 대답도 그 중 하나다.
“그러니까 저는 좋아하고 꿈꾸던 것을 하려고 그것을 계속 좇아가 봤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 하는 일은 아니겠지만, 가장 즐길 수 있는 일은 이 일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영화감독이 되기 이전에 여러 가지 직업을 거쳤다. 그러나 노동강도에 비해 영화현장에 있는 것이 가장 덜 지쳤다.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이 일이 그에겐 가장 즐길만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저는 ‘잘 만든 영화’보다는 ‘다른 영화’에 더 흥미를 느껴요. 영화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유일한 하나잖아요. 그러니까 ‘개성’이라는 단어를 끌어와야 해요. 삶의 태도를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기준에 맞추려면 한도 끝도 없거든요.”
다른 사람이 가진 어떤 것을 뛰어 넘어서려고 하기보다는 개성을 가지고 나다운 삶을 찾는 것이 삶을 훨씬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는 누구인가’를 아는 것.
“내가 나다운 나를 찾는 과정. 어렵죠. 어려운데, 그것을 찾으려는 노력이 남보다 뛰어나려는 노력보다는 현명한 것 같아요. 최소한 마지막 순간, 내가 누군지 추적하면 ‘내가 누구였는지’는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남을 이기려고만 하면 결국 나의 흔적은 없어지고, 어느 순간 내가 넘어서지 못한 존재들에 대한 콤플렉스만 안고 있지 않을까 싶?楮?”
그의 말에 따르면 영화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일이다. 이미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영화가 존재하고 있고, 잘 만들어진 영화들도 무수히 존재하고 있으니까.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숙련에 의한 기술적인 보강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차지하는 부분도 있다. 류 감독은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한 재능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고 해서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들의 뛰어난 모습은 인정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의 영역 이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없을까 고민하는 거예요. 아무리 완벽한 영화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해낸 것은 아닐 테니까요. 저는 자꾸 그런 틈새를 보려고 노력을 하죠. 물론, 그리 쉽지는 않지만 노력은 하고 있어요.”
그가 만들고 싶다고 느낀 영화의 본질이 궁금했다.
“영화는, 움직이는 화면과 소리로 이루어진 매체죠. 제가 생각하는 것 중 그런 건 있어요. 저는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영화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움직이는 화면과 소리가 입혀진 필름. 불특정다수의 사람들과 깜깜한 공간에서 그들에게 보여지는 어떤 것. 그것을 정의하는 수많은 말들이 주변에 있지만 결국, 영화는 영화죠.”
그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매 영화마다 추구하는 것들이 달랐고, 그 가치가 달랐다. 류승완 감독은 그런 것들을 특정한 어떤 문장으로 규정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저는 규정된 것을 좇아가다 보면 결국 자기가 하려고 하는 것들에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카메라로 기록하고 영사기로 틀면 되는 거예요. 그게 영화인 것 같아요.”
그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문학을 가까이 해야 한다고 했다. 문학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레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이제 국경 3부작의 마지막 《평원의 도시들》을 읽고 있어요. 아, 최근에 엘모어 레너드(Elmore John Leonard Jr.)의 책 세 권이 나왔는데, 진짜 재미있어요. 극 안에 사실정황만을 묘사했는데, 문장이 더 이상 넣을 것도 없고 뺄 것도 없고, 그 대사들의 향연하며 정말 재밌더라고요.”
요새는 영화 보는 것보다 책 읽는 게 부쩍 더 재미있어졌다는 그는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책을 읽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실제로 영화를 준비할 때마다 취재를 다니거나 자료조사를 다니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루려고 하는 작품의 유사장르 문학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부족한 것들은 책을 통해 채울 수가 있고, 책을 통해 좋은 영향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시도하라,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그는 모 TV프로그램에서 한국의 교육현실을 이야기하며 자녀들을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다고 했다. 경쟁사회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법도 해 그의 교육철학을 물어봤다.
“교육철학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어요. 현재 교육은 개성이 있는 개인을 만드는 데 인색한 것 같아요. 예전에 지인 중 초등학교 선생님이 있어서 일일 교사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나온 질문 중 가장 많았던 질문이 ‘영화감독은 연봉이 얼마예요?’ 였어요. 쇼킹했어요. 6학년 아이들이 직업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하겠다고 하는 그 모습에 많이 놀랐죠.”
물질만능주의의 팽배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동심의 세계에서 벌써부터 그런 실리적인 계산 소리가 들린다는 건 씁쓸한 일이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이야기 중 ‘먹기 위해 사는 건지, 살기 위해 먹는 건지’가 있어요. 마찬가지로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 건지, 일을 하려고 돈을 버는 건지’에 대한 경계도 모호해요. 자기의 능력만큼 돈을 버는 것은 맞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를테면 부의 분배라든지, 나의 재능과 힘을 나눌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생각을 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는 예를 들어, 만약 지금 교육에서 영어교육이 중요하다면 영어를 배워야 하는 목적에 대한 근거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나기 위해,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그냥 필수가 돼버린 어떤 것을 일방적으로 공부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프랑스에 가보면 메뉴 판에 영어메뉴가 있는 식당이 별로 없잖아요. 그들의 논리는 ‘당신들이 우리나라를 찾아오게 되면 우리 말을 배워서 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거든요. 저는 그런 자존심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아버지로서의 그는 그래서 보다 나은 대안책을 선택했다.
“물론, 여전히 ?팁?열악한 현실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며 뛰놀고 있지만 사교육에 지쳐 축축 처져 다니는 ‘애 같지 않은 애들’이 많은 세상 속에서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애 같아요.”
이날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류승완 감독이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존중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내가 중요한 만큼 나와 함께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고, 그 중요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결국 가장 중요하다 라는 거죠. 우리가 사는 곳이 가장 잘 사는 곳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사는 곳이 가장 행복한 곳일 수는 있어요. 가장 행복하고 가장 즐거운 곳.”
아버지로서 그의 교육에 대한 생각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듣고 있자니 그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졌다.
“일단 저는 공부를 되게 못했어요. 그래서 성적이 안 좋았고, 지금도 약간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딴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어려서부터 영화를 아주 좋아했어요. 밖으로는 그다지 놀러 다니진 않았고, 그냥 영화 보는 걸 좋아했죠. 조용조용히 다녔고, 친한 친구들하고는 까불면서 놀기도 했어요. 학교에서 아주 유명한 애도 아니었고요.”
그는 머리 속에 떠오른 리틀 류승완의 모습을 하나하나 되새김질하며 천천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남들과 좀 다른 것이 있다면 10대 시절, 부모님이 두 분 다 돌아가셔서 저와 제 동생, 할머니 셋이서 어린 시절부터 아주 지독한 가난 속에서 살던 기억이 있죠. 20대 중반까지 좀 많이 힘들었어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가난을 경험하면서 살았어요. 그때 ‘사람이 최악의 상태로 몰리는 것은 순식간이다’라는 생각이 배었어요. 최악의 상황으로 내가 몰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공포심 같은 것이 습관처럼 생겨버렸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이 있죠.”
그에게 꿈을 물었다. 영화감독 류승완으로서 혹은 인간 류승완으로서의.
“요즘은 그런 생각들을 잘 안 해요. 그냥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잘 살자,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나이 들어서는 집 사람하고 손잡고 둘이 평화롭게 살고 싶어요. 정말 편안하게. 그리고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그런 삶을 좀 살고 싶죠. 너무 방대한가요.”
너무 방대하기도 하고 너무 소소하기도 한 그의 꿈은 젊은 날의 치열함을 어느 순간에는 편안하게 내려놓고 싶어하는 마음이 어느 한 켠에 있음을 말해주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영화를 만들고 싶으면 만들어라’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말을 했다.
“영화를 만들고 싶으면 영화를 만들어라. 그것 말고는 어떠한 정도도 없어요. 영화는 만들어봐야 아는 것이고, 자기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도 스스로가 영화를 만들어봐야 아는 것이니까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봐라. 그것 말고는 정도가 없다. 하고 싶은 건 해봐야 아는 것이고, 자기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도 스스로가 해봐야 아는 것이니까.
영화는 곧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삶이 곧 영화가 되는 것이니, 그의 메시지는 결국 무언가가 하고 싶고, 무언가가 되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시도하라,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콘텐츠 제공: 월간 리더피아(www.leaderpia.com)